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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2016.01.31) '채인' 기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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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채인 작성일17-12-01 20:27 조회4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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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제사음식 전문업체로 제2 인생 개척 '박용호 씨 일가족'
"요리로 시작한 두 번째 현역… 체질입니다"


"60대 중반에 진짜 직업을 찾은 것 같습니다." 지난 23일 부산 부산진구 신개금LG아파트 상가에서 만난 결혼식·제사용 전통 음식전문 업체 '채인' 대표 박용호(65) 씨. 55세에 경비업체에서 정년퇴임을 한 후 조선업체와 경비용역 업체 임원으로 재취업했다가 63세에 현역에서 물러났다는 박 씨는 그중 전통 음식 요리사가 가장 적성에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씨가 지난해 4월에 문을 연 '채인'의 동업자는 국방부 소속 공무원으로 38년간 근무하다 같은 시기에 명퇴한 아내 이점숙(60) 씨와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후 다도 강사로 15년간 활동한 처제 이석숙(54) 씨다. 이처럼 박 씨 가족이 모여서 전통 음식 전문 업체를 차린 것은 집안 내력과 무관치 않다.

경비·조선업체서 일하다 퇴임 
지난해 4월부터 '채인' 문 열어 
국방부 공무원 명퇴한 아내 
다도 강사 출신 처제와 운영 

9개월간 30여 쌍 결혼음식 
"매년 제사 준비하며 솜씨 익혀 
'맛있다'는 고객 인사에 희열"

"여자 형제가 많은 가정에서 자라다 보니 어깨너머로 요리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지요. 결혼 후에는 매년 11번 돌아오는 제사 준비를 군무원으로 일하는 아내에게만 맡길 수가 없어 직접 요리를 한 것이 솜씨를 키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총무 부서에서 관리 업무를 주로 맡았다는 박 씨는 "평생을 책상에 앉아서 일하던 사람이 갑자기 요리사로 변신하는 것이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틀에 박힌 사무직 업무보다 식자재를 고르는 일부터 요리한 음식을 포장해서 배달하는 것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하는 지금 일이 훨씬 재미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선한 채소와 생선 등을 결혼식이나 제사용 음식으로 변화시키는 일에는 엄청난 창의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집안 행사를 무사히 치른 고객으로부터 '음식이 맛있었다'는 인사를 받을 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단다. 사라져 가는 전통 요리의 맥을 이어간다는 자부심은 '보너스'라며 웃었다.

지난해 육군군수사령부 부이사관으로 명퇴했다는 박 씨의 아내 이 씨는 이력도 특이하다. 일찌감치 공무원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음식 솜씨가 유달리 뛰어났던 친정어머니가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려주신 "여자가 음식을 잘하면 일복이 많다"는 말씀처럼 "피는 속일 수가 없었다"고 했다. 군부대에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음식을 마련하는 등 준비 작업은 항상 이 씨의 몫이었다는 것이다. 마지막 근무지였던 대전에서는 무려 130명에 달하는 여직원을 이끌고 부대 행사를 깔끔하게 처리해 격찬을 받은 일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전통 음식업체 채인이 탄생한 데는 박 씨의 처제 이석숙 씨의 열정이 가장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언니와 달리 어린 시절부터 음식에 관심이 많았던 이 씨가 어느 날 갑자기 박 씨 부부에게 전통 음식 요리점을 차리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취미 삼아 집안에 큰 행사가 있는 지인을 도와주는 것이 전부였던 이 씨가 "더 이상 늦기 전에 숨어 있는 재능을 살려서 제2 인생을 펼쳐보자"고 언니 부부를 설득한 것이다. 여기에는 비철금속 계통 회사를 운영하는 남편의 사업이 안정 궤도에 접어들었고, 어느덧 50대 중반에 도달한 이 씨의 나이도 한몫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채인이 지난 9개월 동안 마련한 음식으로 결혼식을 올린 부부만도 무려 30쌍이 넘는다. 그동안 지인을 중심으로 알음알음 연락해 오는 사람이 늘어나 2년째인 올해는 최소한 100쌍 정도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한다. 박 씨는 "어디에 내놓아도 찬사를 받을 '예술품을 만든다'는 자세로 요리한다"고 말했다. 내친김에 맛깔스러운 음식을 만드는 비법 한 가지만 알려줄 수 있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씨는 "음식은 정성으로 만드는 것이다"라는 말로 답했다. 결혼식 음식 50만~400만 원. 제사음식 25만~40만 원. 051-327-9917.

글·사진=정순형 선임기자 jun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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